안동 삼태사와 태사묘, 고려 건국을 지킨 충의의 상징
경상북도 안동시 법흥동에는 한국 중세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역사적 공간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바로 **고려 건국의 삼은(三隱)**으로 불리는 **삼태사(三太師)**의 충의와 공을 기리기 위한 **태사묘(太師廟)**입니다. 태사묘는 단순한 사당이 아닌, 고려를 지탱한 뿌리와도 같은 인물들의 뜻과 정신이 살아 숨쉬는 역사교육의 장이자, 안동 정신의 상징입니다.
1. 삼태사(三太師)란 누구인가?
‘삼태사’란 고려 태조 왕건의 건국을 도운 세 명의 충신, 즉 **김선평(金宣平), 권행(權幸), 장정필(張貞弼)**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들은 모두 지금의 안동 지역 출신으로, 고려 초 중대한 전투 중 하나였던 **930년의 고창 전투(또는 병산 전투)**에서 왕건을 도와 후백제의 견훤 군을 격파하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습니다.
당시 왕건은 후삼국 통일을 눈앞에 두고 있었지만, 후백제의 견훤은 여전히 강력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병산 전투는 그 주도권을 뒤바꾼 전환점이었으며, 이 전투에서의 승리는 곧 고려의 정통성을 굳히는 결정적 승부수였습니다. 김선평, 권행, 장정필 세 사람은 고향 안동에서 병력과 물자를 지원하고, 직접 전투에 참여함으로써 왕건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2. 고려 태조의 포상과 '안동'의 유래
왕건은 이들의 충성과 공로를 높이 사서 그들에게 **삼한벽상삼중대광아보공신(三韓壁上三重大匡亞父功臣)**이라는 최고의 작위를 내렸고, 삼 사람 모두 **태사(太師)**로 임명됩니다. 이 '태사'는 고려시대 가장 높은 문관직으로, 지금으로 치면 국무총리나 국가원로급 인물에게 주어지는 영예로운 직함입니다.
더불어, 당시 전투가 벌어졌던 고창군의 이름을 ‘안동(安東)’으로 바꾸고, 부(府)로 승격시킵니다. 이때의 ‘안동’은 ‘동쪽을 편안하게 한다’는 뜻으로, 전란을 평정하고 동방의 안정을 이끌겠다는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지금의 안동이라는 지명은 이렇게 해서 생겨난 것입니다.
3. 태사묘의 역사적 전개
삼태사의 충의를 기리기 위해 983년(고려 성종 2년)에 처음으로 **삼공신묘(三功臣廟)**가 건립됩니다. 이후 여러 차례 중수 및 확장을 거쳐, 1613년(조선 광해군 5년)에는 이름이 **태사묘(太師廟)**로 공식 개칭됩니다.
태사묘는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을 비롯한 격변기마다 소실되었다가, 지역 유림과 후손들의 노력으로 복원되어 지금까지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현재의 태사묘 건물은 1980년대 복원된 형태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안동의 대표적인 유교 유적 중 하나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4. 태사묘의 건축 구성과 주요 공간
태사묘는 단순한 제향 공간을 넘어선 복합 문화유산 공간입니다. 다음과 같은 주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본전: 삼태사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중심 공간으로, 매년 제향이 거행됩니다.
- 보물각(寶物閣): 삼태사의 유물 및 고려 공민왕이 하사한 품목들이 보관되어 있으며, 고려 후기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 숭보당(崇報堂): 회의나 행사 등이 진행되던 공간으로, 안동 유림들의 중요한 회합 장소로도 쓰였습니다.
- 경모루(景慕樓): 제향 행사 때 북을 울리는 전통이 이어지는 누각으로, 삼태사를 기리는 엄숙한 의식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입니다.
- 동재/서재: 제향에 참여하는 후손 및 관계자들이 머무는 공간으로, 선비 문화의 흔적이 잘 남아 있습니다.
5. 전통의 계승 – 제향과 정알례
태사묘에서는 매년 음력 **2월과 8월 중정일(中丁日)**에 **삼태사 향사(鄕祀)**가 봉행됩니다. 이는 삼태사의 위대한 공을 기리고 후손 간의 유대를 다지는 중요한 행사로, 안동 지역의 대표적인 향사 문화 중 하나입니다.
또한 정월 초사흗날에는 후손들이 모여 ‘정알례(正謁禮)’, 즉 시조에게 올리는 세배 의식을 진행합니다. 이 전통은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가문 중심의 유교 제례 문화의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6. 안동 삼태사의 현대적 의미
삼태사와 태사묘는 단순한 역사유적을 넘어, 충절과 협력, 지방 세력의 국가 기여를 상징합니다. 고려 건국이라는 대의 아래 지역 인물들이 나서서 중심 권력을 도왔고, 왕조는 이 공로를 잊지 않고 보상했습니다. 이러한 중앙과 지방의 이상적인 협력 구조는 오늘날까지도 귀감이 됩니다.
또한 태사묘는 안동이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 불리는 배경에도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전통과 유교, 충의와 명예를 중시하는 안동 정신의 뿌리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마무리하며: 과거에서 배우는 오늘의 가치
삼태사와 태사묘는 단순한 옛 이야기로만 남아 있어선 안 됩니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복잡한 시대에도, 이 세 명의 선택과 결단, 그리고 공동체를 위한 행동은 깊은 울림을 줍니다. 역사는 반복되진 않지만, 그 정신은 계승될 수 있습니다. 고려를 지켜낸 세 인물의 뜻처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도 누군가에게 기억될 수 있는 충의와 책임의 정신을 품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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