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비영리민간단체의 업무추진비

by 아트온다 2020. 2. 21.

현재 비영리민간체 하나를 운영하고 있어요. 작년 그러니까 2019년 7월 1일 날짜로 단체를 인수했습니다. 월급은 없다고 했어요. 단체의 장인 지회장인데도 말이죠. 처음엔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당시에 직장을 다니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마냥 놀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삶이 시끄러워지는 것이 싫더라구요. 혼자 살라면 살 수 있을정도로 혼자 시간을 보낸 걸 좋아했어요. 단체의 장을 맡으면 분명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하고 오해하고 부딫히고 하는 과정들이 싫더라구요. 그래서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제게 단체를 맡아 보겠냐고 저를 추천해 주신 분께서 연이어 권유를 하더라구요. 

 

 

그래서 조건을 걸었습니다. 명의를 줄테니 관여는 안하겠다. 그 단체가 장애인을 상대로 하는 복지 단체였습니다. 저 또한 장애인이기도 하구요. 장애인만 단체장을 맡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두번의 설득 끝에 받겠다고 했습니다. 받은 순간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갔습니다. 조용한 제 삶에 태풍이 몰아치는 것만 같았습니다. 장애단체는 주로 시나 도에서 지원을 받아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비리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희 협회 또한 이전 지회장께서 문제를 일으켜 도협회에서 연임을 해주지 않았으며 이에 대한 반발로 서로 정치적으로 힘을 써서 단체를 없애려는 모략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모든 사업은 이전에 있었던 것처럼 아무 변동이 없었던 것처럼 사람만 바뀌는 것이었는데 전 지회장의 앙심으로 바람이 휘몰아 치는 가운데 단체를 정착해 나갔습니다. 3개월을 그렇게 정신 없이 보냈습니다. 내가 이렇게 대외적으로 일을 처리해내는 능력이 있었나 하고 저를 새롭게 발견했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어려운 만큼 얻는 것도 분명 있는듯 합니다.

단체가 정착을 해가고 벌써 7개월이 지났습니다. 지금 날짜가 2020년 2월 21일이니까요. 

 

다시 재 설립해가는 과정 중에 그리 큰 돈은 아니지만 맨땅에 헤딩을 해야 했기에 없는 돈을 단체 살리는데 쏟아 부었습니다. 그나마 협회 예산으로 업무추진비가 있다고 해서 매달 연맹은 되겠다는 생각에서였지요. 그런데 이 업무추진비라는 것이 왜 죄책감을 들게 만드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눈치를 받는 건지 직원들이 눈치를 주는 건지. 이런 돈은 지회장이 받으면 안 된다는 무언의 눈치인건지. 사업비도 모자란데 지회장이 희생해서 업무추진비도 안받길 원한다는 건지. 

 

한껏 눈치가 느껴져서 힘들더라구요. 비영리민간단체의 업무추진비라는 것이 단체의 교부금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교부금에는 크게 2가지로 나뉘어요. 법정운영비와 법정보조금입니다. 법정운영비는 말 그대로 운영하는데 사용하라고 나오는 돈이에요. 운영비의 성격을 단체의 사업을 하는데 필요한 운영비에 사용하라고 지원하는 돈이라서 인건비와 사무실 내 각 종 집기 물품, 책상, 의자 등을 다 살 수 있어요. 그런데 법정보조금으로 나온 돈은 사업하는데만 사용할 수 있어요. 그래서 사무실 내 자산 취득이 안 되며 직원들의 상여금도 안되고 공과금도 안됩니다. 그런데 근무 환경의 복지 차원에서 이 3종목을 허락하는 지자체도 있습니다. 지자체마다 같은 교부금이더라도 처리를 조금씩 다르게 하고 있어요. 

 

나랏돈 받아서 운영되는 비영리민간단체는 굉장히 속박되는 듯 한 기분이 듭니다. 물론 횡령이라든가 문제가 워낙에 많이 발생하니 관리 차원에서 그럴 수도 있으나 제 성향과는 안 맞는 것 같아요. 생각 같아서는 빨리 경제 독립 해서 비영리민간단체 회장 자리를 내어 놓고 싶어요. 새로 설립하면서 내가 들인 돈과 시간과 노력에 비해 얼마 안 되는 업무추진비 받는 다고 이렇게 눈치를 받아야 하는 건지 약간은 억울하네요. 내가 구걸하는 것도 아니고 푼돈 받으려고 이렇게 해야 하나 싶어요.

 

무얼 하나 써도 품의서 지출 결의서 사진을 찍어야 하고, 무얼 하나 결정을 해도 운영위원들 모여서 회의를 해야 하고 행사에 참여해야 하며 도협회에서 부르면 1시간 30분이나 되는 거리를 이동해야 합니다. 경험상 6개월을 보낸 거라면 아깝지 않아요. 그런데 현재 결론 적으로는 제 현재의 마음과 많이 부딪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