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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인사이트

인간실격

by 아트온다 2024. 2. 24.

 

 

 


 

 

★여린 심성의 한 젊은이가 인간들의 위선과 잔인함에 의해 파멸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책

독보적인 세계문학 베스트셀러

한 인간의 처절한 자기 고백

 

 


 

 

 

- 인간실격 / 다자이오사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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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실격   ||

저자 : 다자이오사무

 

 

 


 

 

 

- 인간실격 / 다자이오사무 -

 

 


 

 

인간은 먹지 않으면 죽는다. 그러니까 일해서 먹고 살아야 한다, 라는 말만큼 저에게 난해하고 어렵고, 그리고 협박 비슷하게 울리는 말은 없었습니다. 

- 인간실격 / 다자이오사무 -

 

 


 

 

먹고 살아야 한다는 부담감은 항상 갖고 있었지만 미래를 유별나게 걱정하진 않았다. 꿈 많은 소녀처럼 미래는 나에겐 꿈이었다. 20대는 방송국 PD를 꿈꿨고 30대 초반에는 가족들의 아우성에 공무원 시험을 보기도 했다. 그토록 하지 않겠다던 공무원, 시험을 본 것이다. 낙방 뒤에는 만나던 남친이 세무사 시험을 권했다. 공부한 지 2년 차에 접어들 때 신장이 망가졌고 그 후로 공부는 관뒀다. 

 

선거철이 되면 선거운동원이 되어 벌었고 정당 당사에 간사로 근무를 하기도 했으며 지자체 예산을 받아 사업을 하기도 하고 신문사를 차려서 광고비를 받기도 했다. 일이 없는 시기에는 남친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갈 때도 있었다. 

 

목표는 크고 원대했는데 주어진 일은 목표에 항상 빗나갔다. 먹고는 살아야 겠고 돈은 벌어야 하고 당장 내게 제안이 들어오는 일은 내 꿈과 상관이 없는 것들이었다. 어쩔수 없이 했고, 해보니 감당할만 했으나 마음에서는 조금씩 ‘이렇게 가다가는 비전이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의심이 공포가 될 때쯤 모든 걸 내려놓았다. 괴롭고 고통스럽지만 자의든 타의든 스스로의 가치가 부끄럽지 않은 일을 하고 싶었다. 뭐, 세무사 등의 전문직은 시험이 통과됐어도 명예가 충족되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일을 했었을 수도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시험 공부 도중 병이나 관뒀지만, 솔직히 공부를 계속 했었어도 붙었을지 장담 못하겠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의 공부 방법은 엉망이었다. 절대 전문직 시험에 붙을 수 없는 공부를 부여 잡으며 시간만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병’이 아니면 그 상황을 유턴할 방법을 없었을 것이다. 가족은 무언의 강요를 ‘나를 깎아 내리는 방식’으로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 ‘다른 자식들은 용돈을 몇 백만원씩 준다대더라.’ ‘옆 집의 애는 일을 한 직장에서 그래도 잘 버티면서 한다대더라’ 등등 내가 못하는 것들만 잔뜩 갖춘 옆지의 자식들이었다. 

 

마치 나의 무능을 겨냥하듯이 때가 되면 부모는 나에게 쏟아 냈다. ‘왜 그런 말을 나에게 하는거야?’라고 물으면 ‘그냥 옆집 엄마가 얘기하기에’라고 무심코 대답하곤 아무렇지 않게 넘겼다. 

 

‘의도’는 분명해 보이지만 캐 묻는다고 해서 진심을 말해주지는 않는다는 걸 안 나는 더이상 묻지 않았다. 근사하게 먹고 살진 않더라도 부모 도움 없이 살면 그걸로 된게 아닌가. 라고 대받아치고 싶었다. 자식에게 자랑스럽지 않은 부모는 모순적이게도 자랑스럽게 떠들고 싶은 자식을 원한다. 난 항상 이게 마음에 거슬렸다. 

 

 

 


 

 

 

- 인간실격 / 다자이오사무 -

 

 


 

늘 인간에 대한 공포에 떨고 전율하고 또 인간으로서의 제 언동에 전혀 자신을 갖지 못하고 자신의 고뇌는 가슴속 깊은 곳에 있는 작은 상처에 담아두고 그 우울함과 긴장감을 숨기고 또 숨긴 채 그저 천진난만한 낙천가인 척 가장하면서, 저는 익살스럽고 약간은 별난 아이로 점차 완성되어 갔습니다. 

- 인간실격 / 다자이오사무 -

 


 

 

세상 어딘가에는 ‘만날 만한 인간’도 있겠지. 그 인간을 만나기까지는 조용히 살고 싶다. 주변을 평가절하하는 것일수도 있고, 어느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동경일 수도 있다. 

 

뭔가 이룬 것 없이 고만고만하게 살면서 만나는 사람이 경쟁의 전부인냥 조금 갖고 있는 것도 놓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좁은 시야의 인간은 대면하고 있기가 불편하다. 적어도 내가 만난 주변인은 그러했다. 

 

이건 내가 더 상대적으로 넓은 시야라는 교만일 수도 있다. 교만 떠는 주관이라할지라도 욕심 좀 내보자면 나보다는 그래도 더 넓은 경험과 한 분야에서 성공을 이룬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 외의 관계들은 피곤하다. 대화에서 신선한 자극을 주고 받을 수 없다면 굳이 시간을 내서 만날 필요가 있을까? 소모적이라고 생각한다. 때론 의도치 않게 ‘잘나고 못나고’의 비교를 상대가 마음 속으로 하고 있다가 내가 없는 자리에서 뒷담화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타인의 마음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고, 내가 상대보다 잘 나서 시기의 대상이 되는 것도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덜 가진 것 같은 비교의식이 생겨서 자신에 대한 분노를 스스로의 능력치 개발로 이어진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능력을 끌어 올리기 보다는 상대의 자신의 수준으로 깎아내리는 게 다반사다. 노력하는 것보다는 말 몇마디로 끌어내리는 게 쉽기 때문이다. 

 

인간은 어디서 지뢰가 터질 지 모르는 지뢰밭이다. 자신의 마음 안에 지뢰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자신만 모른다. 터트리고 나서도 자신의 잘못은 탓하기 보다는 어떻게 해서든 타인의 잘못된 점을 부추겨서라도 찾아내고 깎아내리기 바쁘다. 

 

‘질투’가 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나를 포함 타인을 망가뜨리는 관계의 범죄로도 악용될 수 있다. 

 

 


 

- 인간실격 / 다자이오사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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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상관없어. 어차피 나를 즐겁게 해줄 것 따위는 없어. 그런 생각이 꿈틀 일어났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남이 준 것은 아무리 제 취향에 맞지 않아도 거절도 못했습니다. 싫은 것을 싫다고 하지도 못하고, 또 좋아하는 것도 쭈뼛쭈뼛 훔치듯이 전혀 즐기지 못하고, 그러고는 표현할 길 없는 공포에 몸부림쳤습니다. 

- 인간실격 / 다자이오사무 -

 

 


 

 

나를 즐겁게 해주는 것… 지금 있는 곳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 혼자 운전하면서 가는 것.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무념 무상, 더 나아가 무의식의 상태로 넘어가 도로 위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기분에 잠식된 상태.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고 현재의 고민이 끼어들면서 무의식의 어딘가에서는 이 모든 걱정과 고민을 해결하느라 분주한 상태, 그러다 불연듯 해결책이 하나씩 떠오르는 그런 시공간에 있는 것을 즐긴다. 

 

처음 본 장소가 눈에 들어오고, 이곳은 외계인이 사는 곳인가? 42년을 살면서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에서 우주와 외계인을 발견한다. 역시나 지방에 사는 인간들과 도시에 사는 인간들은 다른 것이었다. 다리는 더 길고 얼굴은 더 작고 말투는 세련된, 상대적으로 시골에서 오랫동안 살던 나는 주눅이 들 수밖에 없는, 누구 지적하진 않았지만 내면에서 스스로가 나를 지적하는 상황에서 마주한 서울 그곳의 인간들은 전혀 만나보지 못한 외계인들이었던 것이다. 

 

나도 저런 외계인들과 비슷해지지 않을까? 비슷해지는 방법은 없을까? 세련된 말투를 따라하면 되지 않을까? 따라해본다. 끝은 올리고 상큼 발랄하게, 촌스러움을 싹 뺀 채 비슷하게 따라해본다. 20대 때는 서울말을 6개월만에 마스터했는데, 사는 곳이 역시나 중요하다. 고향에 살면서 금세 돌아왔다. 서울 말은 사라져갔고 고향의 말투는 다시 살아나면서 서울말도 아닌 시골말도 아닌 어지중간한 말체가 생겨난 것이다. 


 

그리 촌스럽지고 않으면서 아주 세련되지도 않은, 적당히 할만한 말체를 갖게 되었다. 

 

사실 너무 익숙해서 내 말체를 잘은 모르겠다. 혼자 있을 때는 더더욱. 그러다 카페에 가면 알 수 있다. 고향에 살면서도 다들 서울 사람들인가 싶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어색한 서울말을 썼다. ‘나 대도시 서울 사는 인간이야’를 말투에서 이미 뽐내는 듯한 느낌, 하지만 숨길수 없는 고향의 억양이 군데 군데 숨겨 졌다 튀어나온다는 것은 당사자는 모를 것이다. ‘난 알지만.’

 

카페 옆 사람과 대화를 딱히 하고 있지는 않지만 내 안에서 무수히 많은 목소리들이 오갔다. 고향인이 서울말투 잘난척을 하는 것 같다는 둥, 많은 빈자리를 놔두고 굳이 내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은 저 남자는 평소 나를 흠모했을지도 모를 거라는 도끼병까지, 나의 내면은 이토록 시끄럽게 움직인다.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잘 못하면서도 속으로 궁시렁대는 말은 잘도 해댄다. 커피 주문을 할라치면 ‘쭈뼛쭈뼛’해질 때가 있다. 내 앞 사람이 마실 음료를 한참 고르고 있을 때, 난 이미 골라서 바로 주문할 수 있는데, 아직 고르지 못한 앞사람의 고민의 시간을 기다려 주기 위해 나의 눈빛은 쭈뼛쭈뼛해진다. 


 

앞 사람의 주문을 받고 계산 하려 주문 넣으랴 주문한 음료 준비하랴 바빠진 직원이 나를 보기를 쭈뼛쭈뼛하면서 기다려야 한다. 언제 나와 눈이 마주쳐 줄까? 나는 이미 음료를 골랐는데, 주문만 하면 되는데, 주문하겠다고 말만 하면 되는데, 저 직원은 ‘잠깐 기다려 주세요’라고 말도 못하나? 등등 커피를 주문하는 순간에도 나의 마음은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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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한테 호소해도, 어머니한테 호소해도, 순경한테 호소해도, 정부에 호소해도 결국은 처세술에 능한 사람들의 논리에 져버리는 게 고작 아닐까. 틀림없이 편파적일 게 뻔해. 필경 인간에게 호소하는 것은 헛일이다. 나는 역시 아무것도 사실대로 말하지 않고 참고, 그리고 익살꾼 노릇을 계속해 갈 수밖에 없다는 마음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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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일 게 뻔하기 때문에 고민이 생겨도 아무에게 얘기하지 않는다. 결국은 자신의 경험치라는 제한된 기준으로 나의 고민을 평가할 테니, 그 누구에게도 나의 고민을 맡길 대상은 되지 못한다. 관련 전문가라면 또 모를까. 

 

내 속을 풀어대자고 아무에게나 고민을 얘기하진 않는다. 고민은 언젠가 나에게 돌이 되어 날아올 수도 있다. 고민은 비밀일 가능성이 높고 비밀은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는 순간 비밀이 아니게 된다. 말하기 좋아하고 남의 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비밀을 듣는 순간’ 해당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 뒷담화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실수, 나의 비밀을 아무렇지 않게 터놓았던 실수를 회개한다. 나 자신에게 미안하다. ‘자유 분방한 사랑’을 자랑하고 싶었던 것 같다. 자랑이라기 보다 세상에 얽매이지 않고 일순간 사라져 버리는 일상을 자유롭게 사는 인간도 있으니 내 삶의 결에 동참하지 않을래? 라는 동질감을 느끼고 싶었던 것 같다. 

 

돌이켜보니 큰 실수다. 동질감에 터 놓은 비밀은 언제고 나를 쏘아대는 화살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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